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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낙동강 오염 ‘주범’은 내가 입고 있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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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3,863회 작성일 09-02-0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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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에스터 생산 부산물 ‘맹독’ 다이옥산 말썽

천연섬유 대신 ‘편리한’ 화학섬유 선택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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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고 있는 외투와 낙동강 수질오염 사태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새해 벽두부터 터진 낙동강 수질오염 사태는 가장 기본적인 수질관리의 원칙을 지키지 못해 일어났다. 그렇게 된 근본원인은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하는 화학섬유와 닿아있다.



낙동강에서 유해화학물질인 1,4-다이옥산(소각시설에서 주로 발생하는 맹독성 화학물질인 다이옥신과는 전혀 다른 물질)이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을 넘겨 검출되자 대구 시민들은 연례행사처럼 된 물 파동을 겪어야 했다.





화학섬유 공장 절반이 중·상류에 있어 수질 오염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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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수돗물을 끓여 마시라는 안내부터 안동댐 방류 증가, 정수장 기술지원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이 모든 대책은 하나같이 오염물질을 희석시키고 애써 걸러내는 것이다. 수질관리에선 오염원 대책이 우선이다. 오염물질이 강을 따라 흘러간 뒤에 수습하느라 부산을 떨기보다 애초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오염원의 방출을 막는 방법은 없었을까.



마침내 환경당국이 다이옥산을 내보내는 화섬업체의 폐수를 강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따로 처리하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서야 오염도가 수그러들었다. 위탁처리 비용 30억 원은 해당기업이 ‘도의적 책임을 져’10%를 냈고, 나머지는 국민 세금으로 돌아갔다.



폐수를 정상적으로 흘려보내지 못한다면 그 공장은 애초에 잘못 들어선 것이다. 게다가 화섬업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다이옥산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기술개발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가뭄이 심해 낙동강의 유량이 크게 줄었다고 하지만,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라 얼마나 심한 가뭄이 들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1,4-다이옥산을 배출하는 화학섬유 업체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문을 닫게 하면 될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다이옥산은 폴리에스터 생산의 부산물로 나온다. 우리나라 화섬업체 공장의 절반인 7개가 낙동강 중·상류인 구미와 김천에 자리 잡고 있다.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화학섬유(화섬) 산업은 고유가와 중국의 약진에 밀려 전성기를 지났지만 수출액 세계 2위에 5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주요 산업이다. 섬유산업은 우리나라 최대 고용산업이기도 하다. 특히, 폴리에스터는 지난해 화섬 생산량 140만t 가운데 120만t을 차지해 절대적인 비중을 지닌다. 이 섬유는 구김이 잘 가지 않고 강해 의류와 인테리어 등에 널리 쓰인다.



결국, 지역과 국가경제를 생각할 때 당분간 폴리에스터 공장은 그대로 가동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공장들이 중·상류에 밀집해 있는 낙동강은 수질오염 사고에 취약한 숙명을 안고 있다.





닭털에서도 잠재력 확인 등 천연 섬유 연구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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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2009 국제 천연섬유의 해’ 출범을 선포했다. 유엔은 환경친화적이고 개도국의 주요 산업인 천연섬유산업을 북돋자는 취지에서 올해를 천연섬유의 해로 정했다.



면, 양모, 비단 등 천연섬유는 인류문명과 함께 시작된 오랜 역사를 지닌다.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섬유로는 마닐라 삼, 코코넛 섬유, 목화, 아마, 대마, 황마, 모시, 사이잘 삼 등이 대표적이다. 동물 천연섬유에는 알파카, 앙고라 토끼, 낙타, 캐시미어, 염소, 비단, 양모 등이 유명하다. 전 세계 섬유의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자연 섬유이다.



천연섬유는 대부분 개도국에서 주요한 산업이지만 선진국에서도 최근 고유가와 환경의식 고양과 함께 부활하고 있다. 석유와 석탄이 아닌 생물에서 섬유를 얻는 데서 나아가, 섬유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농업 부산물 속 단백질에서 섬유를 재생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앤드루 풀 오스트레일리아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박사팀은 최근 <미국 화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 세계적으로 연간 500만t이 발생하는 닭털에 들어있는 단백질인 케라틴과 밀 단백질인 글루텐에 나노입자와 교차결합 같은 첨단기술을 적용하면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천연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195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무명, 양모, 비단을 모두 자급했다. 그러나 수출주도형 성장과정에서 천연섬유 산업은 화섬산업에게 완전히 자리를 내주었다.



낙동강의 수질오염 사태는 우리가 천연섬유 대신 ‘편리한’ 화학섬유를 선택한 대가를 뒤늦게 치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2009/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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