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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화려한 잔치, 초라한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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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3,945회 작성일 08-11-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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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화려한 잔치, 초라한 습지







한국에서 개최된 람사르협약 제10차 당사국 총회는 참으로 화려했다. 거의 완벽한 시설과 회의 진행, 지나치지 않는가 싶을 정도의 화려한 만찬으로 참가자들의 찬사를 받은, 외형상 나무랄 데 없는 회의였다. 개막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훼손된 습지와 하천을 되살리는 노력을 더욱 추진하겠으며 습지보호구역과 람사르협약 등록 습지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 대한민국이 람사르협약의 모범국가가 되도록 하겠다”는 최상급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1971년 체결된 람사르협약을 우리나라는 97년이 되어서야 101번째로 가입했고, 람사르 습지의 전체 면적이 협약에 가입한 158개 나라 중 132번째에 해당된다.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우리가 자랑하는 서남해안의 갯벌은 이미 절반 이상이 매립으로 사라졌고, 여기에 더해 현재 공사 중이거나 계획된 사업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남은 갯벌의 절반 정도가 또 없어지게 된다. 람사르협약 사무국이 한국정부의 연안 매립을 우려하고 있을 정도로 열악한 우리의 현실을 알고 있기에 대통령의 축사는 외교적 수사로도 지나치다 싶은 감을 떨치기 힘들었다.



습지 관련 NGO들은 이번 람사르총회가 한국의 열악한 습지보전 실태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여 총회를 유치하는 데 앞장서 왔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취한 조치는 전체를 합쳐야 48㏊밖에 되지 않는 지역의 작은 습지 3개를 추가로 등록한 것이 전부였다. 람사르협약이 우리 정부에 등록을 촉구하고 있는 낙동강하구나 한강하구, 금강하구와 같은 국제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물새들의 이동 경로로 중요한 습지는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한 나라의 람사르협약 이행 정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람사르습지 등록 실태다. 우리나라는 모두 11개소의 람사르 습지를 지녀 숫자상으로는 다른 당사국(당사국 평균 11.4개소)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 실태는 민망한 정도를 넘어 부끄러운 수준이다. 2008년 10월19일 기준으로 전 세계 158개 국가가 람사르 협약에 가입해 있고, 등록된 람사르 습지의 수는 1801개소, 면적은 1억6314만2801㏊에 이른다. 가입국은 평균 11.4개소, 102만109㏊의 람사르 습지를 가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11개소 모두를 합친 면적이 8198㏊에 불과하다. 가입국 람사르습지 1개소의 평균 면적이 9만584㏊이나 우리나라는 745㏊에 불과하여 거의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번 람사르총회에서 가장 돋보인 나라는 일본이었다. 일본 전역의 습지보전단체에서 2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고, 전체 전시 부스의 절반 이상이 일본 습지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고 지자체의 장이 직접 참석하여 자기 지역의 람사르습지를 소개하는 등 한국의 람사르총회는 마치 일본을 위한 총회 같았다. 치밀한 자료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부의 습지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본 습지 관련 단체들의 활동과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자원활동가들의 모습은 좋은 자극이 되었다.



이제 화려한 잔치는 끝났다.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되는 생물종다양성보전협약(CBD) 당사국 총회, 2011년 루마니아에서 개최될 람사르협약 11차 당사국 총회에서 우리 정부와 한국의 습지 관련 NGO들은 이 화려한 잔치를 어떻게 이어가고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박중록|람사르총회 NGO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2008년 11월 04일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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