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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광천 졸속정비…정관신도시 물난리 날판

홍수량 380㎜ 설계 불구 227㎜ 폭우때 덕산마을 등 일대 침수·제방 범람 위기

주공·도시공사, 소하천 매립 탓…토사 유입으로 제방·도로 유실







26일 부산 기장군 정관면 덕산마을 덕산교 인근의 좌광천(왼쪽)과 나흘간 227㎜ 의 비가 내린 지난 15일 하천이 범람 위험수위에 오른 좌광천의 모습.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를 관통하는 좌광천 정비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돼 주민들이 하천 범람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좌광천이 계획홍수량 380㎜에 맞춰 설계됐지만 200㎜가량의 비를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227㎜의 폭우가 내려 좌광천의 수량이 하천 둑마루까지 근접하면서 기장군 덕산마을 등 좌광천 일대 지역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특히 좌광천을 정비하면서 상복천 등 10여 개의 소하천을 매립한 탓에 정관산업단지와 달산공단 등 인근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토사가 좌광천으로 흘러들어 제방과 일부 도로가 유실됐다.



26일 좌광천 인근 정관신도시 도로 곳곳에는 폭우가 쏟아진 지 열흘이 지났지만 토사가 휩쓸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병산저수지에서 임랑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14.5㎞의 좌광천 중 정관신도시 구간의 조경시설이 시작되는 정관면 용수리 산맥마을부터 하류 지점인 강변리까지 3.9㎞구간의 잔디 등 조경시설이 물살에 휩쓸려 훼손된 상태였다.



대한주택공사와 부산도시공사는 2005년 좌광천 정비공사를 시작해 지난 4월 준공했다. 현재는 기장군에 관리권 이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부산시 하천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정관신도시를 관통하는 전체 3.9㎞ 구간을 자연성 보존구역, 정비 및 자연구역, 수변시설 이용구역, 자연성 회복구역 등 4개 구역으로 나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생태하천으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좌광천 주변의 산책로 등을 무리하게 늘리면서 정작 하천 폭을 확대하는 일은 소홀했다"며 "특히 정관면을 둘러싸고 있는 백운산 망월산 함박산 등에서 내려오는 하천 유량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해 좌광천이 지류에서 합류하는 유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덕산마을 최갑열 이장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정관면의 특수한 자연지형을 감안하지 않아 좌광천이 폭우시 일시에 몰리는 강우량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만 오면 물에 잠겨 편의시설이 훼손되는 친수공간보다는 침수피해 없는 안전한 하천을 만드는 것이 우선과제"라고 말했다.



주공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전문가 진단 등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하지만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200㎜가량의 강수량으로 좌광천이 범람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관리권을 이관받기 전에 면밀하게 검토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가톨릭대 김좌관(환경공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 "좌광천 기본계획상의 계획홍수량, 하천유역 토지이용상태 등의 가정 조건이 바뀔 경우 유량이 늘어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선 현재 하천 폭과 좌광천 기본계획상의 하천 폭을 비교 분석해 기본계획에 따라 시공됐는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