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미군기지 “기름 범벅···이미 죽음의 땅” 탄식·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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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미애 댓글 0건 조회 5,782회 작성일 07-06-19 10:22본문
반환 미군기지 “기름 범벅···이미 죽음의 땅” 탄식·분노
검게 썩은 땅, 기름범벅된 흙, 진동하는 악취….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반환 미군기지에 대한 첫 환경오염 현장조사를 벌이기 위해 찾은 경기 파주와 의정부의 미군기지는 이미 ‘죽음의 땅’으로 변해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이 반환 주한 미군기지의 기름유출 등 환경오염실태 조사를 벌이기 위해 14일 경기 파주시의 캠프 에드워드를 방문, 채취한 기름에 불을 붙이고 있다. /김문석기자
기지 어디를 가든 오염되지 않은 땅은 없었다. 파주의 에드워드 캠프에서 한 조사관이 베일러(원통형 시료 채취장치)를 땅속에 집어넣어 지하수를 추출했다. 베일러에는 1m 두께가 넘는 샛노란 기름띠가 형성돼 있었다.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모두 코를 막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유전이 발견됐다”는 비아냥이 흘러나왔다.
채취된 유류는 땅속 3.97m 깊이에서 흐르고 있었다. 유류탱크에서 유출된 경유가 서서히 땅속으로 스며들어가 ‘지하유류층’을 만든 것이다. 불순물이 섞이지 않아 순도가 매우 높은 기름이라는 설명이었다. 환노위 조사단장인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이 기름을 전문가에게 분석의뢰했더니 ‘최근에 유출된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에 넣으면 운전이 가능한 정도’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채취한 기름에 불을 붙이자 불기둥이 솟으며 활활 타올랐다. “이거 완전 기름이잖아” “남의 땅이라고 너무 한 것 아니냐”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에드워드 기지의 지하수 오염농도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8.96㎎/ℓ, 페놀이 0.523㎎/ℓ으로 기준치인 1.5㎎/ℓ와 0.005㎎/ℓ를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토양오염 조사를 위해 유류탱크에서 20m 떨어진 지점의 땅을 포클레인으로 파보았다. 기름범벅의 흙이 나왔다. 만져보자 기름이 배어 진득한 흙덩어리가 손에서 미끄러졌다. 조사단이 더 파보자고 요구했다. 3m 이상 파내려 갔지만 오염된 흙은 끊임없이 나왔다.
의원들의 추궁에 진땀을 빼던 국방부 관계자는 “흙을 가열해서 기름을 공중으로 날려보내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공허하게 들렸다. 민노당 단병호 의원은 “흙을 통째로 갈아야겠다”고 탄식했다.
이 기지는 미군이 6개월간 ‘바이오슬러핑’(흡착포를 이용해 기름과 부유물질 등 오염원을 제거하는 정화 작업)을 종료했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한 뒤 지난달 반환됐다.
바이오슬퍼핑이 제대로 됐느냐는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환경부 관계자는 “(미군이 우리 정부에 전달한 내용은) 바이오슬러핑 조치를 취했다는 통보이지, 오염의 원인이 완전히 치유됐다는 통보는 아니다”라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두번째 방문지인 파주의 하우즈 캠프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민가와 인접한 철조망 앞 땅을 파내자 검은 색과 청회색의 흙이 나왔다. 윤활유와 폐유가 썩어 만들어진 흙이다. 메스꺼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우즈 캠프에서 유출된 기름은 기지 밖으로 흘러나와 민가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었다.
최근 인근 공장에서 기지 후문 쪽 경사면에서 도로확장 공사 중 기름유출을 발견하고 파주시에 신고한 적이 있다. 땅 주인이 지가 하락을 우려해 해당 지역의 흙을 덮어버렸으나 이날 의원들이 손으로 흙을 조금 파내자 기름에 범벅된 흙이 드러났다. “바깥으로 이 정도 흘러나올 정도면 기지 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현재 철조망 인근 지역에는 민가가 있고,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 조사단은 이구동성으로 “농작물이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사람들이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마지막 방문지인 의정부 카일 캠프 창고에는 에어컨 실외기 수십대와 폐 석고보드가 널브러져 있었다. 배관이 절단돼 있는 것으로 보아 냉각제인 프레온 가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도에 대한 정부의 조사결과는 모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국가보안’을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병호 의원은 “일단 육안으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확인한 만큼 정부의 전체 조사자료를 넘겨받는 게 급선무”라며 “국방부와 청와대에서 국가안보를 핑계로 자료 공개를 거부할 경우 국회 차원에서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병한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검게 썩은 땅, 기름범벅된 흙, 진동하는 악취….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반환 미군기지에 대한 첫 환경오염 현장조사를 벌이기 위해 찾은 경기 파주와 의정부의 미군기지는 이미 ‘죽음의 땅’으로 변해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이 반환 주한 미군기지의 기름유출 등 환경오염실태 조사를 벌이기 위해 14일 경기 파주시의 캠프 에드워드를 방문, 채취한 기름에 불을 붙이고 있다. /김문석기자
기지 어디를 가든 오염되지 않은 땅은 없었다. 파주의 에드워드 캠프에서 한 조사관이 베일러(원통형 시료 채취장치)를 땅속에 집어넣어 지하수를 추출했다. 베일러에는 1m 두께가 넘는 샛노란 기름띠가 형성돼 있었다.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모두 코를 막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유전이 발견됐다”는 비아냥이 흘러나왔다.
채취된 유류는 땅속 3.97m 깊이에서 흐르고 있었다. 유류탱크에서 유출된 경유가 서서히 땅속으로 스며들어가 ‘지하유류층’을 만든 것이다. 불순물이 섞이지 않아 순도가 매우 높은 기름이라는 설명이었다. 환노위 조사단장인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이 기름을 전문가에게 분석의뢰했더니 ‘최근에 유출된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에 넣으면 운전이 가능한 정도’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채취한 기름에 불을 붙이자 불기둥이 솟으며 활활 타올랐다. “이거 완전 기름이잖아” “남의 땅이라고 너무 한 것 아니냐”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에드워드 기지의 지하수 오염농도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8.96㎎/ℓ, 페놀이 0.523㎎/ℓ으로 기준치인 1.5㎎/ℓ와 0.005㎎/ℓ를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토양오염 조사를 위해 유류탱크에서 20m 떨어진 지점의 땅을 포클레인으로 파보았다. 기름범벅의 흙이 나왔다. 만져보자 기름이 배어 진득한 흙덩어리가 손에서 미끄러졌다. 조사단이 더 파보자고 요구했다. 3m 이상 파내려 갔지만 오염된 흙은 끊임없이 나왔다.
의원들의 추궁에 진땀을 빼던 국방부 관계자는 “흙을 가열해서 기름을 공중으로 날려보내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공허하게 들렸다. 민노당 단병호 의원은 “흙을 통째로 갈아야겠다”고 탄식했다.
이 기지는 미군이 6개월간 ‘바이오슬러핑’(흡착포를 이용해 기름과 부유물질 등 오염원을 제거하는 정화 작업)을 종료했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한 뒤 지난달 반환됐다.
바이오슬퍼핑이 제대로 됐느냐는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환경부 관계자는 “(미군이 우리 정부에 전달한 내용은) 바이오슬러핑 조치를 취했다는 통보이지, 오염의 원인이 완전히 치유됐다는 통보는 아니다”라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두번째 방문지인 파주의 하우즈 캠프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민가와 인접한 철조망 앞 땅을 파내자 검은 색과 청회색의 흙이 나왔다. 윤활유와 폐유가 썩어 만들어진 흙이다. 메스꺼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우즈 캠프에서 유출된 기름은 기지 밖으로 흘러나와 민가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었다.
최근 인근 공장에서 기지 후문 쪽 경사면에서 도로확장 공사 중 기름유출을 발견하고 파주시에 신고한 적이 있다. 땅 주인이 지가 하락을 우려해 해당 지역의 흙을 덮어버렸으나 이날 의원들이 손으로 흙을 조금 파내자 기름에 범벅된 흙이 드러났다. “바깥으로 이 정도 흘러나올 정도면 기지 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현재 철조망 인근 지역에는 민가가 있고,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 조사단은 이구동성으로 “농작물이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사람들이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마지막 방문지인 의정부 카일 캠프 창고에는 에어컨 실외기 수십대와 폐 석고보드가 널브러져 있었다. 배관이 절단돼 있는 것으로 보아 냉각제인 프레온 가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도에 대한 정부의 조사결과는 모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국가보안’을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병호 의원은 “일단 육안으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확인한 만큼 정부의 전체 조사자료를 넘겨받는 게 급선무”라며 “국방부와 청와대에서 국가안보를 핑계로 자료 공개를 거부할 경우 국회 차원에서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병한기자 silverm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