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원 들인 하천정비… ‘헛 공사’ 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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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6,079회 작성일 07-12-11 11:52본문
110억원 들인 하천정비… ‘헛 공사’ 될 판
[이슈 & 현장] 이천 복하천 습지 사라지나?
습지가 맨땅으로 변하고 외래 식물 급증
습지에 물 흐를수 있도록 구조 변경해야
11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정비한 하천의 자연습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천환경운동연합은 지난 주 용인, 이천을 거쳐 여주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복하천의 자연습지가 사라질 처지가 되자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습지가 사라지면 식물과 철새 등의 서식 환경이 파괴되는 환경적인 영향은 물론, 습지의 홍수 조절과 자연 정화 기능도 사라지는 영향도 가져 올 수 있다.
이번 조사는 이천환경운동연합이 경기도 환경보전기금을 지원 받아 지난 3년간 원광대 박병권 교수팀과 함께 조사한 결과다. 조사는 이천, 여주 지역 9개 하천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천시 백사면 상용리에 있는 상용습지가 핵심 조사지역이었다. 국가 하천인 복하천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2001~2004년까지 110억 1200만원을 들여 하천 정비 공사를 벌인 바 있다. 이천환경운동연합 원종국 사무국장은 “엄청난 돈을 들여 자연 친화형으로 하천을 정비한다고 해 놓고서는 오히려 손을 대지 않은 것 보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 왔다”고 말했다.

▲ 이천 복하천 하천정비공사 당시 탐방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돌다리를 설치했다. /이천환경운동연합 제공
◆복하천 유일한 습지, 땅으로 변했다
박 교수는 복하천 습지에 대한 답사 의견서에서 “저류지로 하천 물이 흘러 드는 지점에서는 강물의 흐름이 빨라져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하천 정비 당시 습지 내부에 심었던 식물은 거의 사라지고 엉뚱한 귀화 식물만 자라고 있다”고 보고했다. 박 교수는 또 “물기를 듬뿍 머금어야 할 복하천 습지는 하천정비 공사가 끝나고서 2~3년만에 단단한 맨땅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습지였던 지역에는 현재 환삼덩굴, 돼지풀, 가시박이 등 외부에서 들어 온 식물(귀화식물)들만 과도하게 성장하고 있다. 돼지풀은 환경부에서 정한 유해식물로 규정돼 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하천 정비공사 때 습지 식물인 연꽃, 꽃창포, 조팝나무 등을 심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하천 정비 사업 때 탐방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습지 주변에 만들었던 돌다리도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토사에 파묻혀 버렸다. 원종국 사무국장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처음 설계를 할 때부터 하천의 특성이나 생태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사를 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현재는 토사에 덮혀 눈에 띄지 않고 있는 돌다리. 이천환경운동연합은 잘못된 공사로 복하천 습지가 육지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천환경운동연합 제공
◆어떻게 고치나
박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물이 하천에서 저류지로 흘러드는 지점을 낮게 만들어 강물이 저류지로 잘 흘러 들 수 있도록 하고, 또 저류지에서 물이 빠져 나가는 지점(배출구)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메타세콰이어, 포플러, 버드나무, 뽕나무 등을 심어 놓으면 자연적으로 그늘이 생겨 생태계를 교란하는 귀화식물의 과도한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외에도 습지 주변에 체험·교육 공간을 만들고, 인공 횃대를 만들어 새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나 현재 공사가 끝난 시점에서 환경운동단체의 주장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천환경운동연합은 이천 복하천 복원공사에 대해 2004년 말부터 꾸준히 문제를 제기 해 왔으나 당시 감리단과 시공사 등은 “자연형 하천에 가장 근접한 설계를 통해 이뤄진 사업”이라고 맞서 왔다. 이번 보고서는 3년 전 제기했던 문제에 대해 장기간의 실증을 거친 보고서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당시 공사를 주관했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달 29일 열린 ‘이천·여주 하천조사보고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원 사무국장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복하천 하천 정비 공사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면서 “습지가 복원 될 수 있도록 다음주부터 서울지방국토관리청과 협의를 다시 시작하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2007.12.10 / 이석우 기자 yep249@chosun.com
[이슈 & 현장] 이천 복하천 습지 사라지나?
습지가 맨땅으로 변하고 외래 식물 급증
습지에 물 흐를수 있도록 구조 변경해야
11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정비한 하천의 자연습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천환경운동연합은 지난 주 용인, 이천을 거쳐 여주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복하천의 자연습지가 사라질 처지가 되자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습지가 사라지면 식물과 철새 등의 서식 환경이 파괴되는 환경적인 영향은 물론, 습지의 홍수 조절과 자연 정화 기능도 사라지는 영향도 가져 올 수 있다.
이번 조사는 이천환경운동연합이 경기도 환경보전기금을 지원 받아 지난 3년간 원광대 박병권 교수팀과 함께 조사한 결과다. 조사는 이천, 여주 지역 9개 하천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천시 백사면 상용리에 있는 상용습지가 핵심 조사지역이었다. 국가 하천인 복하천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2001~2004년까지 110억 1200만원을 들여 하천 정비 공사를 벌인 바 있다. 이천환경운동연합 원종국 사무국장은 “엄청난 돈을 들여 자연 친화형으로 하천을 정비한다고 해 놓고서는 오히려 손을 대지 않은 것 보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 왔다”고 말했다.

▲ 이천 복하천 하천정비공사 당시 탐방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돌다리를 설치했다. /이천환경운동연합 제공
◆복하천 유일한 습지, 땅으로 변했다
박 교수는 복하천 습지에 대한 답사 의견서에서 “저류지로 하천 물이 흘러 드는 지점에서는 강물의 흐름이 빨라져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하천 정비 당시 습지 내부에 심었던 식물은 거의 사라지고 엉뚱한 귀화 식물만 자라고 있다”고 보고했다. 박 교수는 또 “물기를 듬뿍 머금어야 할 복하천 습지는 하천정비 공사가 끝나고서 2~3년만에 단단한 맨땅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습지였던 지역에는 현재 환삼덩굴, 돼지풀, 가시박이 등 외부에서 들어 온 식물(귀화식물)들만 과도하게 성장하고 있다. 돼지풀은 환경부에서 정한 유해식물로 규정돼 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하천 정비공사 때 습지 식물인 연꽃, 꽃창포, 조팝나무 등을 심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하천 정비 사업 때 탐방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습지 주변에 만들었던 돌다리도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토사에 파묻혀 버렸다. 원종국 사무국장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처음 설계를 할 때부터 하천의 특성이나 생태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사를 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현재는 토사에 덮혀 눈에 띄지 않고 있는 돌다리. 이천환경운동연합은 잘못된 공사로 복하천 습지가 육지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천환경운동연합 제공
◆어떻게 고치나
박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물이 하천에서 저류지로 흘러드는 지점을 낮게 만들어 강물이 저류지로 잘 흘러 들 수 있도록 하고, 또 저류지에서 물이 빠져 나가는 지점(배출구)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메타세콰이어, 포플러, 버드나무, 뽕나무 등을 심어 놓으면 자연적으로 그늘이 생겨 생태계를 교란하는 귀화식물의 과도한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외에도 습지 주변에 체험·교육 공간을 만들고, 인공 횃대를 만들어 새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나 현재 공사가 끝난 시점에서 환경운동단체의 주장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천환경운동연합은 이천 복하천 복원공사에 대해 2004년 말부터 꾸준히 문제를 제기 해 왔으나 당시 감리단과 시공사 등은 “자연형 하천에 가장 근접한 설계를 통해 이뤄진 사업”이라고 맞서 왔다. 이번 보고서는 3년 전 제기했던 문제에 대해 장기간의 실증을 거친 보고서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당시 공사를 주관했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달 29일 열린 ‘이천·여주 하천조사보고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원 사무국장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복하천 하천 정비 공사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면서 “습지가 복원 될 수 있도록 다음주부터 서울지방국토관리청과 협의를 다시 시작하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2007.12.10 / 이석우 기자 yep2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