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밀어붙이기-한겨레신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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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미애 댓글 0건 조회 6,223회 작성일 08-01-02 09:54본문
[한겨레]
가시적 공약실행 착수로 취임초기부터 국정주도권 ‘다잡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대운하 건설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이다. 이 당선자 쪽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운하 추진을 밀어붙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부운하의 경우 올해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거쳐 2009년 초에 착공해 2012년 말께 완공하겠다는 게 이 당선인 쪽 구상이다. 그러나 워낙 방대한 사업인데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추진 과정에서 격론이 불가피하다.
“이 당선인의 뜻 확고”=이 당선인 진영에서는 “운하에 관해서는 인수위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실행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운하 추진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 당선인은 2006년 6월 서울시장 퇴임 직후부터 서울시 부시장 출신인 장석효 인수위 한반도대운하티에프(TF) 팀장을 중심으로 경부·호남·충청 등 한반도대운하 구상을 구체화해 왔다. 이미 기본계획은 물론이고, 올가을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한반도대운하특별법 초안까지 만들어놨다고 한다. 정부에 운하 건설을 위한 별도 조직도 만들 계획이다.
인수위 “실행만 남았다” 운하 추진에 적극성 보여
민자유치 경부운하 ‘사업자 선정과정’ 상당 시일
물리적 절차 · 환경문제 놓고 격론 불가피할 듯
인수위에서도 지난달 28일 건설업계 간담회에 이어 2월 초 각계 전문가 초청 토론회를 열기로 하는 등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인수위는 오는 3일부터 환경부, 건설교통부, 기획예산처, 문화재청 등 4개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향후 추진 일정과 문제점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운하에 대한 이 당선인의 뜻은 확고하다. 1년 정도 의견수렴과 타당성 검토를 한 뒤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이 운하 건설에 강한 의지와 속도감을 보이는 것은 취임 초부터 가시적인 공약 실행에 착수함으로써 경제 활성화 분위기를 만들어 국정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특히 각각 1조3천억원과 1조2천억원 정도가 드는 영산강 호남운하와 금강 충청운하에 경부운하와 달리 국가재정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소외지역 배려’라는 명분을 갖춰 반대론을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환경 문제 등 격론 불가피=이 당선인 쪽은 경부·호남·충청 운하를 모두 임기 안에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특히 호남운하와 충청운하는 3년 안에 완공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절차와 환경단체 등의 강력한 반발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민간사업으로 추진되는 경부운하의 경우, 민간에서 투자제안서 제출 → 정부 검토 및 환경·교통·재해 영향평가 → 사업자 공모 → 사업계획 평가 → 협상대상자 지정 → 사업자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착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만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지만, 특히 환경영향평가와 경제성 문제를 놓고 여론이 분열되면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 당선인 쪽은 운하 건설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것 역시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강하게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이 당선인 진영 내부에서도 운하 건설을 서둘러 추진하는 데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운하가 경제 살리기에 맞는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여론을 봐 가면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