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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환경재앙의 원인과 대책/우리와 다음을 위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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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미애 댓글 0건 조회 6,037회 작성일 08-01-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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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다음>을 위한 글/2008.1.7



태안 환경재앙의 원인과 대책



조명래(환경정의집행위원장, 단국대 교수)





전대미문의 11만 톤 원유유출로 서해안에 들이닥친 환경 대재앙의 먹구름이 한 달 여 만에 기적처럼 거두어지고 있다. 사실, 기적이란 표현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정확히는 환경 대재앙에 맞서는 인간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 덕택에 죽음의 바다가 조금씩 생명을 되찾게 된 것이다. 그 노력은 다름 아닌 자원봉사의 힘을 말한다.



사고가 난 뒤 한 달 동안 방제작업에 참여한 총 자원봉사자는 무려 50만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기에 군, 경 인력과 공무원 참가자까지 합치면 100만 명을 곧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후쿠이현 미쿠니 마을의 원유유출사고 때 3개월 동안 30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려 ‘미쿠니 마을의 기적’을 이루었다고 했는데, 이에 견준다면 우리는 불과 1달 만에 50만 명이 몰려 더 큰 ‘태안의 기적’을 만든 셈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의 숫자나 복구의 빠른 속도만 자랑하기엔 이번 재앙은 우리의 치부를 드러낸 부끄러운 오염사고다. 뿐만 아니라 대처방법이나 향후 관리와 예방이란 점에서 진정한 반성과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태안 환경재앙은 어떻게 발생했고, 어떤 문제를 제기했으며, 또한 앞으로 유사한 재앙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이번 사고는 예견된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인재다. 말하자면 불가항력의 기계고장, 해상상태, 통항로, 관리상황에서 환경재앙이 발생한 것이 결코 아니다. 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시프린스호 사건과 마찬가지로, 관련 업계의 안전 불감증, 이를 규제할 장치의 미흡, 위급상황의 미온적 대처 등이 겹쳐 결국 환경 대재앙으로 발전되었다. 가령, 위험시설인 대형유조선이 연근해를 운항하고, 또 다른 위험시설인 대형 크레인이 동일한 해역을 지나게 되면, 운항 예정로를 당국에 신고하고, 두 선체가 조우할 시점과 지점을 예견해 서로 통보하거나 운행을 서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위험시설에 해당하는 선박운항에 관한 절차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한 무질서 의식, 위험에 대한 불감증, 위험대처 시스템의 부실 등이 곧 재앙의 씨앗이 되었다. 따라서 유사사고의 예방이란 측면에서 위험물을 취급하는 선박의 경우 안전수칙에 따라 특별 운항하는 규정과 절차를 제정하고 이를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별도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한편, 태안 유출사고는 시프린스호 사고와 또 다른 유사한 측면이 있는 데, 이는 곧 유조선의 취약한 선체구조다. 10여 년 전 시프린스호가 기름을 상대적으로 많이 유출했던 것은 외부충격에 의해 쉽게 균열되고 파괴되는 단일선체 때문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모든 유조선은 이중선체로 건조할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정부는 이를 2010년 이후로 미뤄왔다. 태안 환경참사를 계기로 이 조치의 시행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둘째, 초기대응이 부실했다. 사고 날(2007년 12월7일) 예인선과 연결 줄이 끊어져 크레인이 표류하기 시작한 시점 6시20분과 유조선과 충돌하는 시점 7시15분 한 시간 동안 충돌위험 경고는 무선으로 3차례 한 게 전부였다. 시간상 헬기를 띄워 현장조치를 할 수 있는 등의 여유가 있었지만, 어떠한 위험대응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또한 14만 톤짜리 유조선에서 기름이 쏟아지는 데도 8톤짜리 소형어선으로 이를 막으려 하는 등의 안일한 대응이 무려 이틀이나 이어졌다. 그 결과 일차대응이 실패하거나 효과가 없을 때 추가적이고 보완적인 조치를 신속하게 강구하는 시도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피해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해, 그나마 동원할 수 있는 초기대응능력 마저 소진시켜버렸다. 이 모두는 평소에 재난관리를 위한 훈련이 부족했거나 최소한 엉터리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줄 뿐이다. 따라서 기름유출과 같은 해양오염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초기대응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바, 실전에서 초기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평소의 재난관리 훈련이 내실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유조선의 탱크 균열로 대량의 기름이 유출되었지만, 이를 현장에서 대처하는 방식은 대단히 원시적이었다. 선체전체가 파괴된 상태에서와 달리 선체에 만들어진 구멍을 통한 기름의 유출은 기술적으로 대처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했지만, 초기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시간이 지체되고 또한 유출구 자체를 막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그러는 가운데 유출된 기름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유출된 기름도 현장에서 회수할 방안이 있지만, 이 또한 제대로 강구하지 못했다. 가령, 모든 선박에는 배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설계된 Ballast Tank가 있는 데, 이를 이용해 유출된 기름을 펌프로 흡입해 회수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이용한다면, 사고 당시 태안반도 해상에 있던 대형선박을 비상동원 해 유출된 기름을 현장에서 최대한 회수하되, 대형선박의 방어선에서 막지 못한 잔류기름들은 소형 선박들을 이용해 회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류의 대처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 결과 유출은 며칠간 방치되었다. 한편 여하한 상황에 의해 기름이 대량으로 유출된다면, 해류 흐름을 타고 유출된 기름이 어떻게 이동하고 확산되는 지를 지형, 해류, 날씨, 기름성분 등의 변수를 조합해 민첩하게 예측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표류하는 기름을 적절한 위치와 시점에서 펌프로 회수하고 또한 오일펜스 등의 설치를 통해 확산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대책이란 측면에서 기름 유출원을 신속하게 봉쇄하고, 유출된 기름을 현장에서 최대한 회수하면서,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법, 기술, 설비 등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 해상방제가 유화제의 대량 살포중심으로 이루어진 결과, 해양생태계를 추가적으로 훼손시켰다. 유제처리는 기름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입자를 작게 만들어 물과 섞여 수면 아래로 침전하는 가운데 새로운 양상의 생태계 파괴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가 이렇게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해상방제당국은 유화제의 위해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1997년 1월 일본 연안의 대형 중유 오염사고(나홋카호 사고)시, 유화제나 환경회복을 위한 미생물 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회복의 원칙과 물리적 수거방식을 고집한 한 공무원의 판단과 노력으로 사고 후 해양생태계가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었던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진 바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선 태안 유출사고에서 처음으로 유화제의 유해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즉 확산방지를 위해 유화제를 대량 살포하는 가운데, 일부 환경전문가들이 그 위해성을 제기하면서 언론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그 논란은 유화제 사용의 전면중단과 대체방법의 활용이란 것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앞으로 유사사고가 더욱 빈번히 발생할 것을 염두에 둔다면, 유화제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그 생태적 피해와 예방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강구해야 할지가 큰 숙제로 남겨졌다.



다섯째, 재난관리 매뉴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내부에서 규칙과 절차에 따른 공조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방제인력이나 장비의 빈약함은 말할 것도 없고, 지휘체계마저 중구난방이었다. 만약 시민봉사에 의한 방제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정부의 방제체제․방식․ 장비․인력만으로 대처했다면, 이번 유출사고는 서해안 해안생태계를 완전히 초토화시켜 아마 수십년 내지 수백 년 간 회복할 수 없게 했을지 모른다. 길고 복잡하며 생태적으로 민감한 해안선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해안운송의 30% 정도는 유류수송과 관련되어 있어, 태안 기름유출과 같이 환경재앙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대처하기 위해선 정부, 지자체, 경찰, 군대 등의 관련 기관 간 유기적인 공조시스템이 상시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방제 기자제들을 광역기지화해 권역별로 발생하는 사고를 관련 기관 간에 협조를 통해 민첩하게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재난 대처를 위해 자원봉사자를 전국적으로, 지역적으로, 시기적으로, 사안에 따라 동원하고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관리도 필요하다.



여섯째, 임시방재를 넘어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방재에 대한 과제를 남기고 있다. 유출된 기름은 원유여서 많은 양이 증발하고 총질량의 60%가 해수 유통과 바람에 의해 풍화변질하면서 이류 확산되고, 수거하지 못한 30%의 기름은 연안, 갯벌, 양식장 등 환경민간지역에 유착된다. 따라서 자원봉사자들이 대량으로 투입되어 눈에 보이는 기름을 치웠다하더라도 수십년에 걸쳐 나타나는 생태계의 변화와 피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또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름유출사고의 원인과 전개과정, 피해실태, 복구과정 등을 정확히 기록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장기적인 환경오염의 진행과정과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고, 또한 이를 프로그램화 해 활용하면 유사 사건의 발생을 사전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끝으로, 피해주민에 대한 보상 및 생계대책 문제가 새롭게 불거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해안은 갯벌이 잘 발달해 있어 수산물이 풍부하게 생산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연안수산업이 발달해 했다. 유출된 11만 톤의 원유는 태안 일대의 해안지역만 아니라 멀리는 제주도 연안까지 흘러들어 광역의 해양 생태환경과 수산자원을 오염시킴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 우선은 해안에 밀려든 기름을 치우는 것이 급할지 모르지만, 생업이 막막해진 지역주민들을 위한 피해보상 및 생계대책 또한 그에 못지않게 신속하게 강구되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사고를 낸 측에서 책임소재가 분명히 가려지지 않은 반면, 피해자 측에선 피해를 입증하고, 피해액을 산정하며, 미래에 발생할 피해에 대한 보상 부문을 확정하는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피해주민에 대한 보상과 대책이 기대만큼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앞으로 가해자-피해자, 정부-주민, 기업-주민 간 갈등의 소지가 되고 있다. 전례 없는 주민피해사고인 만큼 이를 올바르게 대처하기 위해선 피해의 범위, 대상, 피해액의 평가방법, 보상방법, 간접지원방안, 정부역할 등을 소상히 규정하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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