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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경부고속도로 아니다 -홍종호 교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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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미애 댓글 0건 조회 6,015회 작성일 08-01-1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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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경부운하, 경부고속도로 아니다

입력: 2008년 01월 10일 18:19:31





경부운하와 경부고속도로를 동일시하는 목소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음에도 박정희 대통령이 고속도로 건설을 밀어붙인 게 한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부운하도 반대가 많지만 결국 완공하고 나면 국가의 미래를 내다본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럴 듯해 보이나 본질은 그렇지 않다.



1960년대 후반 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비포장도로가 섞인 국도를 돌고 돌아 15시간에서 20시간을 달려야 했다. 71년 완공된 경부고속도로는 그 이동 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시켰다. 도로를 통한 물류운송이라는 당시 세계적 추세에 부합했다.



하지만 경부운하는 정반대다. 서울~부산을 2시간40분에 주파하는 초고속 시대에 72시간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경부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을 찾기는 힘들다. 몇 가지 논거를 들어보자.



첫째, 운하 사업은 세계적 추세와 부합하지 않는다. 유럽의 경우 독일·네덜란드·벨기에 등이 운하를 내륙운송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 다른 나라들은 운하 비중이 미미하거나 아예 없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의 핵심 구성원 15개국 중 영국·이탈리아·스웨덴·스페인을 포함하여 총 9개국의 운하 물동량 수송비중은 ‘제로’다. 대부분 섬나라이거나 반도국가라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설사 과거에 운하를 활용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물건 실어 나르는 기능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운하 사업은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인 전형적인 반도국가다. 바다를 통해 물동량을 운송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바다로 훨씬 더 빠르고 싸게 수도권과 부산을 오갈 수 있는데, 왜 굳이 느리고 비싼 경부운하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인가. 화주(貨主)들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은 곧 돈’이다. 자신이 만든 물건을 정확하고 빠르게 최종 수요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현재 수도권과 부산을 오가는 물동량의 88%가 도로를 통해 운송되는 이유이다. 운하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셋째, 운하 사업은 투자 대비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 경부운하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단일 국책사업으로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재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찬성론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공사비는 15조원 정도이나, 여기에는 운하 완공 후 유지관리비와 수십 개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기존 교량의 철거 및 재시공비가 빠져 있다. 물건을 실은 배가 다리 밑을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다리 높이가 보장되어야 함은 상식이다. 불가피하게 다리를 새로 짓는 데 소요되는 천문학적 비용은 누가 감당하며 교통대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렇다고 경제적 효과가 막대한 것도 아니다. 운하의 본질인 물류전환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100원 투자했을 때 30원 이상 얻기 힘든 사업으로 판단된다.



한국 경제는 갈 길이 멀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하고, 소득과 자산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야 하며,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 눈앞에 산적한 현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이 때,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운하로 국력이 소모되고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



〈홍종호 / 한양대교수·경제금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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