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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뉴타운 ‘무늬만 생태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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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5,850회 작성일 08-06-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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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뉴타운 ‘무늬만 생태하천’





실개천에 정작 물이 흐르지 않아… 녹지비율 높고 북한산 조망은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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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신시가지를 표방한 은평뉴타운 1지구의 모습. 지난 1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곳은 북한산 자락의 수려한 조망권이 돋보이는 반면, 자연하천 복원 실패와 서울 도심권 진출 교통난 등 인프라 부족에 따른 문제가 하나둘 발생하고 있다.



2002년 10월, 서울시가 1차 시범뉴타운으로 지정한 지 5년 8개월 만인 이달 초 은평뉴타운에 입주가 시작됐다. 그러나 오랜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편의시설 부족과 교통난으로 입주민들이 당분간 불편을 겪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애초 계획안 환경친화적인 생태전원도시에 미흡한 환경 조성이라는 입주민들의 불평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지난 6월 5일, 오전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잠시 멈춘 틈을 타 서울시 진관동 은평뉴타운엔 이삿짐을 옮기는 인부와 입주민으로 붐볐다. 6월 1일부터 입주를 시작해 나흘 동안 집들이를 한 세대는 207가구. 입주종합센터 관계자는 “8월 말까지 입주하는 대상은 은평뉴타운 1지구 4514세대”라며 “본격적인 입주는 연휴가 낀 첫 주말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1980년대 목동 단지 이후 최대 규모의 신시가지로 불리는 은평뉴타운의 첫 인상은 ‘고품격의 유럽풍 도시’였다. 무채색 아파트가 짙푸른 녹음과 대비되면서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네모반듯한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보였고, 담·턱·옹벽·간판·전신주 등이 없는 ‘5무(無) 도시’답게 전경이 막힘 없이 펼쳐졌다. 또한 15층 이하로 규제한 아파트 뒤로 북한산 경치가 시원하게 보이며, 녹지 비율이 40%를 넘는 등 조경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도심 속 전원생활을 연상케 했다. 실제로 입주민들은 “북한산이 가까워 늘 꿩 우는 소리가 들린다”면서 “간혹 산 밑까지 노루가 내려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문 연 점포 대부분 부동산업소

그러나 현재까지 상가나 학교 등 편의시설이나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입주민들은 상당 기간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단지 내 188곳의 상가 중 문을 연 곳은 대부분 부동산이고, 생활용품과 먹을거리를 살 수 있는 곳은 편의점 한 곳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입주민들은 약을 사거나 간단한 쇼핑이라도 하려면 차를 타고 연신내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은평뉴타운 입주종합센터 관계자는 “분양 점포 대부분이 입점일자를 확정하지 않았거나 늦추고 있어 입주자들은 당분간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학생들의 방학에 맞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는 7월 이후에나 영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아직은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하고, 그나마 고등학교는 내년 3월쯤에나 개교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은 대규모 재개발 단지 어느 곳이나 나타나는 문제로 시간이 지나면 차차 해결될 것이라는 게 입주민들의 생각이다. 입주민들이 정작 불평하고 있는 것은 현재 조성된 은평뉴타운의 일부가 서울시와 SH공사가 애초에 표방한 환경친화적인 생태전원도시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 대표적인 곳이 바로 생태하천이다.



서울시와 SH공사는 분양 당시 “단지 위쪽의 못자리골에서 창릉천에 이르는 실개천을 만들어 다양한 물고기와 개구리, 수생곤충류들이 서식하고 오리가 헤엄치는 건강한 하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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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며칠 동안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물길이 형성되지 않은 A공구의 하천. (오른쪽) 윤홍철 은평뉴타운 1지구 입주민연합회 공동대표가 자연하천의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천 바닥과 주변을 콘크리트로 조성해 자연생태하천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게 입주민들의 불만이다.



하지만 향후 은평뉴타운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될 실개천은 이런 구상과는 딴판이었다. 수변공사는 마무리 단계였지만 실개천엔 물이 흐르지 않았다. 지하수가 고이는 ‘못자리골’이 차오를 경우에만 실개천 역할을 하는 반쪽 실개천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입주민들은 최초 입주자 모집 당시와 실제가 다르다며 강하게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윤홍철 은평뉴타운1지구입주자연합회 공동대표는 “생태하천으로 조성한다고 떠들더니 이렇게 건천을 만들어 놓았다”면서 “입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물이 고여 있는 유수지로 정정했다가 최근 지하수를 개발해 물이 순환하도록 설계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지구 내 다른 실개천 두 곳은 콘크리트 물길만 만들어져 있을 뿐이지, 며칠 비가 내렸음에도 물길이 형성되지 않아 볼썽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도심진입 도로 하나여서 교통난 우려

은평뉴타운 입주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교통이다. 1·2·3지구를 포함해 1만5200가구의 거대한 베드타운이 들어서지만 이에 걸맞은 도로망이 정비되지 않았고, 대중교통 확충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평구와 인근 고양시 주민들 사이에서도 뉴타운 길목이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현재 은평뉴타운에서 도심으로 통과하는 도로는 사실상 하나밖에 없다. 구파발역에서 연신내역, 불광역, 홍제역 라인을 거치는 이 도로는 현재도 출퇴근 시에 지독한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뉴타운과 서울 시내를 잇는 우회도로(기자촌 입구-서오릉길)와 통일로 우회도로(연서로-자하문)를 만든다는 대책이지만 2011년에나 완공 예정이며, 도심 진입 차량의 분산 효과에 대해서도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중교통도 변변치 않다. 오는 8월 이설되는 은평뉴타운지구 내 통일로에는 중앙버스전용차선 시설이 갖춰지지만, 언제부터 서울 도심과 연계돼 운행될지는 알 수 없다. 또 은평뉴타운 주민들이 출퇴근하는 교통 거점인 구파발역의 환승 주차장도 2010년 이후에나 준공될 예정이다. 게다가 입주민들은 상가밀집지역인 연신내역으로 가기 위해 대중교통을 두 차례 이용하는 불편을 겪기도 한다. 윤 공동대표는 “셔틀형 순환버스가 5∼10분 간격으로 오지만 구파발역까지만 운행되기 때문”이라면서 “입주민 대부분은 상가가 밀집되어 있고, 6호선과 연결되는 연신내역에도 운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주 시기를 늦추거나 전세 거주를 포기하는 30·40대 세입자도 속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분양 면적에 따라 1억 2000만~2억 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됐지만 거래가 뜸하고 게다가 전세를 내놔도 찾는 사람이 없어 새 아파트인데도 전셋값은 주변시세보다 낮다.



서울 뉴타운의 시범단지 격으로 조성된 은평뉴타운. 입주민들은 “살기 좋은 동네라는 게 아파트만 멋지게 지어놓는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향후 서울시의 뉴타운 계획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2008 06/17 뉴스메이커 7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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