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줄이자면서 ‘페트병 수돗물’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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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미애 댓글 0건 조회 5,735회 작성일 08-09-07 12:36본문
탄소 줄이자면서 ‘페트병 수돗물’ 허용?
지자체, ‘페트병 수돗물’ 판매위해 법개정 요구
환경부, 처음엔 반대…새 정부 들어 태도 달라져
“수돗물 등급화돼 수질 불신 커질 것” 비판 일어

한편으로는 ‘저탄소 녹색’ 비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에 골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증가시킬 방향으로 역주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환경부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적극 추진 중인 페트(PET)병 수돗물 시판 허용을 위한 법 개정 작업이 그런 사례다.
환경부의 이런 움직임은 일부 선진국들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펼치고 있는 페트병 물 퇴출 노력에 눈을 감은 것이다. 또 폐기물 정책인 비닐봉투 등 1회용품 사용 억제 정책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전 광복절 축사를 통해 제시한 ‘저탄소 녹색 성장’의 비전과도 모순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2001년부터 ‘아리수’라는 상표명으로 페트병 수돗물 생산에 들어간 것을 신호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페트병 수돗물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는 남양주시, 용인시 등 기초자치단체들까지 뛰어들어, 모두 16개 지자체가 페트병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생산한 페트병 수돗물은, 수돗물을 용기에 넣어 파는 것을 금지한 수도법 조항 때문에 시판되지는 못하고 홍보용으로 각종 회의장이나 행사장에 무료로 공급되고 있다. 환경부 집계 결과를 보면 이렇게 생산된 페트병 수돗물은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인천 등 광역 지자체와 수자원공사에서만 500㎖짜리 기준으로 지난해 1185만병에 이른다.
페트병 수돗물 생산을 수익사업으로 연결하려는 지자체들은 2006년부터 환경부에 페트병 수돗물을 시판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 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지난해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까지 나서 불필요한 규제라며 개정 요구에 가세했으나, 이때마다 환경부는 페트병 수돗물 시판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수도사업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페트병 수돗물 시판 허용을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환경부의 태도는 달라졌다.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 페트병 수돗물 시판 허용 계획을 포함시킨 것이다. 그리고 채 2개월도 지나지 않아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하고, 최근 규제개혁위원회에까지 제출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페트병 물 퇴출 시도가 확산돼 온 것은 페트병 물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이 에너지 소비와 연결된다는 데 주목한 결과다. 페트병 제조의 1차 원료는 석유이고, 포장하는 과정과 수송하는 과정에서 기존 급수관을 이용하면 불필요할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런 에너지 소비는 결국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무회의를 비롯한 주요 회의와 행사의 참석자들에게 페트병 수돗물을 제공하고, 이를 수돗물 홍보에 활용해 온 것에도 문제가 있다. 이렇게 공급되는 페트병 수돗물은 급수관을 통해 공급되는 수돗물과 달리 물맛을 좋게 하기 위한 별도 처리 과정을 거친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강북아리수정수센터가 생산하는 ‘아리수’ 페트병 수돗물은 수돗물을 활성탄으로 한번 더 처리한 것이다.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기획실장은 “수도사업자인 지자체들에게 페트병 수돗물 판매를 허용할 경우 이들이 페트병물 판매 수익사업에 치중하면서 수도꼭지로 공급되는 물을 소홀히 할 위험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수돗물이 등급화하면서 국민들은 수도관망을 통해 제공되는 수돗물의 수질을 더욱 믿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소 문제가 있지만 소비자에게 먹는물 선택권을 부여하는 측면에서 수도사업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판매를 허용하고, 재해시 긴급급수 용도로도 활용할 계획”이라며 법 개정 작업을 계속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겨레신문/ 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지자체, ‘페트병 수돗물’ 판매위해 법개정 요구
환경부, 처음엔 반대…새 정부 들어 태도 달라져
“수돗물 등급화돼 수질 불신 커질 것” 비판 일어
한편으로는 ‘저탄소 녹색’ 비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에 골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증가시킬 방향으로 역주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환경부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적극 추진 중인 페트(PET)병 수돗물 시판 허용을 위한 법 개정 작업이 그런 사례다.
환경부의 이런 움직임은 일부 선진국들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펼치고 있는 페트병 물 퇴출 노력에 눈을 감은 것이다. 또 폐기물 정책인 비닐봉투 등 1회용품 사용 억제 정책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전 광복절 축사를 통해 제시한 ‘저탄소 녹색 성장’의 비전과도 모순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2001년부터 ‘아리수’라는 상표명으로 페트병 수돗물 생산에 들어간 것을 신호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페트병 수돗물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는 남양주시, 용인시 등 기초자치단체들까지 뛰어들어, 모두 16개 지자체가 페트병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생산한 페트병 수돗물은, 수돗물을 용기에 넣어 파는 것을 금지한 수도법 조항 때문에 시판되지는 못하고 홍보용으로 각종 회의장이나 행사장에 무료로 공급되고 있다. 환경부 집계 결과를 보면 이렇게 생산된 페트병 수돗물은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인천 등 광역 지자체와 수자원공사에서만 500㎖짜리 기준으로 지난해 1185만병에 이른다.
페트병 수돗물 생산을 수익사업으로 연결하려는 지자체들은 2006년부터 환경부에 페트병 수돗물을 시판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 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지난해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까지 나서 불필요한 규제라며 개정 요구에 가세했으나, 이때마다 환경부는 페트병 수돗물 시판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수도사업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페트병 수돗물 시판 허용을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환경부의 태도는 달라졌다.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 페트병 수돗물 시판 허용 계획을 포함시킨 것이다. 그리고 채 2개월도 지나지 않아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하고, 최근 규제개혁위원회에까지 제출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페트병 물 퇴출 시도가 확산돼 온 것은 페트병 물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이 에너지 소비와 연결된다는 데 주목한 결과다. 페트병 제조의 1차 원료는 석유이고, 포장하는 과정과 수송하는 과정에서 기존 급수관을 이용하면 불필요할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런 에너지 소비는 결국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무회의를 비롯한 주요 회의와 행사의 참석자들에게 페트병 수돗물을 제공하고, 이를 수돗물 홍보에 활용해 온 것에도 문제가 있다. 이렇게 공급되는 페트병 수돗물은 급수관을 통해 공급되는 수돗물과 달리 물맛을 좋게 하기 위한 별도 처리 과정을 거친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강북아리수정수센터가 생산하는 ‘아리수’ 페트병 수돗물은 수돗물을 활성탄으로 한번 더 처리한 것이다.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기획실장은 “수도사업자인 지자체들에게 페트병 수돗물 판매를 허용할 경우 이들이 페트병물 판매 수익사업에 치중하면서 수도꼭지로 공급되는 물을 소홀히 할 위험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수돗물이 등급화하면서 국민들은 수도관망을 통해 제공되는 수돗물의 수질을 더욱 믿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소 문제가 있지만 소비자에게 먹는물 선택권을 부여하는 측면에서 수도사업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판매를 허용하고, 재해시 긴급급수 용도로도 활용할 계획”이라며 법 개정 작업을 계속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겨레신문/ 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